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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AI 유혹 못 이긴 천재 바둑소녀의 일탈
작성자:한창규, 2020-11-20 18:2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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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한국기원의 징계위원회가 인공지능 부정행위를 저지른 김은지 2단에게 '자격정지 1년'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승부에 이기려는 욕망이 앞서 인공지능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인공지능 사용 적발 김은지 2단에게 '자격정지 1년'
한국기원 "소속기사 내규, 전문기사 윤리규정 위반"


기대를 듬뿍 받았다. 일찍부터 천재 소녀로, 대형 루키로 주목을 받아 왔다. 2015년에는 SBS '영재발굴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11세의 어린 나이에 43기 전통의 아마여자국수에 올랐고 이듬해 2연패를 달성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선배들을 잇달아 꺾고 프로기전의 본선에 들기도 했다.

지난 1월에 꿈꾸어 왔던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국내 바둑계에 2007년생 프로기사의 첫 탄생을 알리면서 현역 최연소 타이틀을 물러받았다. 13세 프로 김은지 2단 이야기다.

데뷔 8개월 만에 여자 8위로 첫 랭킹을 신고했다. 4위까지 오르기도 한 여자랭킹은 현재 5위. 일약 2지명으로 발탁된 여자리그에서는 6승8패로 첫 시즌을 보냈다. 오청원배, 여자기성전, 크라운해태배 등의 본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기대대로, 그 이상일지도 모를 속도로 폭풍 성장을 이어갔다.


▲ 서울 성동구 홍익동에 자리해 있는 재단법인 한국기원. 국내외 한국바둑계를 대표하는 단체이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바둑계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한 바둑사이트가 주최한 온라인대회에 참가했다. 9월 29일 열린 ORO 국수전 24강전에서 당시 국내 랭킹 9위를 꺾었다. 결과로는 주목을 받아야 하는 승리였지만 바둑계가 술렁였다.

인공지능을 사용한 치팅(커닝) 의혹이 불거졌다. 인간 고수의 영역을 훌쩍 넘어선 인공지능이 제시한 수와 90% 이상에 이르는 일치율은 현재의 인간 바둑으로는 근접할 수 없는 수치라는 것.

의혹은 기사들 사이에서도, 인터넷 바둑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확산됐다. 상대 대국자가 김은지 2단의 인공지능 사용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한국기원과 국가대표팀은 인공지능 전문가에게 해당 기보 판독을 의뢰했다.

처음에는 치팅을 완강히 부인했던 김은지 2단은 그 후 한국기원과 국가대표 코치진과의 면담을 통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하면서 11월 3일 1차 진상조사위원회가 개최됐고 17일 2차 진상조사원회를 열어 사건 조사를 마쳤다.


▲ 징계위원회는 운영위원으로 구성된다.

징계가 불가피해졌다. 일벌백계로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징계의 수위는 경고로부터 견책, 과징금(3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 대회 출전정지(1개월 이상 6개월 이하), 자격정지(7개월 이상 3년 이하), 제명까지 있다.

20일 오후 한국기원 4층대회장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김은지 2단에게 '자격정지 1년'의 징계처분이 내려졌다. 자격정지는 소속기사 내규 제10조에 의거 통지서를 수령한 날로부터 1년이며 자격정지 기간 동안에는 모든 대회에 출전이 금지된다.

징계위원회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의견을 토대로 소속기사 내규 제3조 제2항(전문기사는 공식기전을 포함한 각종 기전(바둑대회)’에서 조언과 담함을 엄금한다)과 전문기사 윤리규정 제13조 제1호(대국에서 금지 행위 가-훈수, 나-고의 패배(실격), 다-대리 대국, 라-개인전에서 2인 이상의 연합 대국 행위, 마-승부 담합)을 위반했다고 판단, 징계를 결정했다.

또한 징계위원회는 김은지 2단이 미성년자이고, 본인의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이 징계 수위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 온라인 대회의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이날 징계위원회에는 김은지 2단의 변론 자리도 마련됐다. 미성년자인 관계로 보호자인 어머니가 참석해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으며 아이 키우는 데에만 급급하다 보니 주변을 살펴보지 못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금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은지 2단은 본인의 잘못된 선택을 반성하고 있으며 상대 대국자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한국기원에 제출했다. 또한 국가대표팀 목진석 감독은 '선수를 지도하는 감독으로 바르게 훈육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며 심려를 끼쳐드린 바둑팬들에게 사과한다'는 사과문을 한국기원에 전달했다.

온라인으로 치르는 바둑대회는 코로나 시대의 '묘수'이기도 하지만 접속장애, 시스템 불안정, 부정행위 등의 위험요소도 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돌려볼 수도 있고, 바둑방송이나 유튜브 중계의 해설을 볼 수도 있는 환경이다.

세계대회 등의 공식대국은 특별한 대국장에서 감독관, 카메라 설치 등으로 만전을 기하지만 자택에서 대국하는 비공식 대회의 환경은 그러지 못하다. 공명정대해야 하는 승부에서 '양심'이 제도적 장치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 같은 날 김은지 2단은 중국을조리그 6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김은지 2단이 참가한 대회는 해당 사이트가 대국 중에 마우스가 바둑판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마련해 놓았지만 이것 저것 클릭해 보다가 열린 홈페이지 창을 통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 욕망이 죄책감보다 앞선 일탈이었다. 승부에 이기려고 유혹에 이기지 못했다. 가장 공정한 게임이라는 바둑의 자존심을 실추시켰다. 국내 376명의 프로기사 중에서 가장 어리고, 장래가 가장 촉망되는 기사이기에 충격이 더 컸을 수도 있다.

10월 말경에 부정행위를 시인한 후에도 대회에 출전해 온 김은지 2단은 그 후의 대국에서 본선에 올라간 여자기성전의 8강전, 크라운해태배의 32강전은 둘 수 없게 됐다.

한편 징계위원회와 함께 열린 운영위원회에서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사용금지 등'에 관한 소속기사 내규를 신설했다. 규정 위반시 자격정지 3년 또는 제명의 징계가 내려진다. 또한 즉각적인 시행이 어렵거나 해당 전문기사의 기전 출전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회 출전을 30일간 정지할 수 있는 긴급제재 조항도 신설됐다.

☞ 바둑대표팀 목진석 감독의 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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