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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이모저모/ "이런 걸 동변상련이랄까"
작성자:한창규, 2017-09-28 09:5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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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강에 오른 기사들. 왼쪽부터 중국의 퉁멍청 6단, 구쯔하오 5단, 탕웨이싱 9단과 한국의 안국현 8단이다.

■ 2017 삼성화재배 16~8강전 이야기들

사상 최다인 378명이 통합예선에 참가하고, 거기서 선별된 19명과 각국의 타이틀 홀더 위주로 시드를 받은 13명. 32강전으로 점화된 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은 매 라운드 치열한 각축 속에 4명 간의 준결승 대결로 좁혀 놓았다.

4강 얼굴은 한국의 안국현 8단과 중국의 탕웨이싱 9단, 퉁멍청 6단, 구쯔하오 5단. 한국 1명, 중국 3명이다. 이 같은 한ㆍ중 간 구도는 2015년부터 3년째다. 안국현의 투혼이 없었다면 22년 삼성화재배 사상 첫 한 나라가(그것도 중국) 4강을 싹쓸이하는 일이 벌어질 뻔했다.

4강 진출자들은 5000만원의 상금을 확보한 가운데 11월 6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배 글로벌캠퍼스로 옮겨 속행되는 준결승 3번기에 나선다. 결승 진출시 상금은 최소 1억원으로 늘어나며, 우승시엔 3억원을 거머쥔다. 25~26일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벌였던 16강전과 8강전의 이야기들을 묶었다.


▲ 삼성화재배의 메카 유성연수원. 선수들은 10시 방향의 콘도동이나 12시 방향의 호텔동에서 묵고, 대국실은 2~3시 방향의 교육동에 마련된다. 축구장, 농구장, 골프장, 탁구장, 당구장 등의 체육시설과 식당, 카페테리아, 사우나 등의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다.


"90후 독무대, 역대 최연소 4강"

이번 대회의 특징이라면 절대 강자도 영원한 강자도 없다는 승부세계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는 것. 준결승에 오른 4명 중 탕웨이싱을 제외한 3명이 대회 첫 4강. 또 탕웨이싱 외엔 국제대회 우승 경력도 없다. 반면 한중일 톱랭커를 비롯한 전통의 강자들은 연거푸 쓴잔.

8강 멤버 전원이 90년대 이후에 출생한 '90후'들로 구성되기도 세계대회 사상 처음. 4강 멤버 중에선 25세 안국현이 맏형의 나이고, 19세 구쯔하오가 막내. 그 밖의 탕웨이싱이 24세, 퉁멍청이 21세. 평균 나이 22.3세의 4강은 역대 최저.


▲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에게 역전승을 거두고 최연소 4강이 된 구쯔하오 5단은 중국에서 커제 9단을 이을 재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갑내기인 한국의 이동훈 9단 예전 모습을 보는 듯했다. 대국 태도도 그래 보였고 성격도 그래 보였다(이동훈은 중국갑조리그 같은 팀에서 뛰는 구쯔하오와 친하다고 말한 바 있다).


"지뢰를 밟았어"

8강전에서 한국 바둑계 투톱 박정환과 신진서의 동반 탈락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참사. 16강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커제를 안성준이 떨어뜨리고, 껄끄러운 상대 천야오예도 안국현이 격파함으로써 박정환을 비롯한 한국 기사의 우승은 떼어놓은 당상이라는 이야기들이 무성했으나 8강전 결과는 충격 그 자체.

"지뢰를 밟았어."
"폭망이야, 대회 없어지는 것 아냐."
"설레발치는 게 아니었어."

급기야 박정환을 두고 "이러다 (일본 내에서만 무적인) 이야마 유타가 되는 것 아냐"라는 우려로 확대 해석되기도. 한편 박정환은 중국의 17세 셰커와 몽백합배 4강전을, 신진서는 커제와 LG배 8강전을 앞두고 있다.


▲ 박정환 9단(왼쪽)과 신진서 8단의 동반 탈락은 엄청난 충격파로 전해졌다. 8강전 대진추첨을 앞두고 휴대폰으로 기보를 살펴보는 모습이다.


"알파고 때처럼"

네 차례 우승으로 대회 최다 기록을 갖고 있는 이세돌은 가족과 함께 와서 눈길. 외국 유학으로 오랜 기간 생이별했던 외동딸이 재작년에 돌아온 후에는 아내와 함께 제주도에서 생활하며 학교에 다니는 중. "대회장엔 남편이 같이 가자고 했다"는 부인의 말.

'딸바보'로 소문난 이세돌은 11살 혜림이의 손을 꼭 잡고 대국장으로 들어섰는데 그 모습이 알파고 대국 때와 흡사. 가족의 밀착 응원에도 난적 퉈자시에게 덜미를 잡혀 아쉬움.


▲ 오버랩되는 두 모습. 왼쪽은 삼성화재배 16강전, 오른쪽은 알파고 대국 때이다.


"부채 대신 호랑이기름"

삼성화재배에 특화(?) 됐다는 소리를 듣는 탕웨이싱. 흥미로운 점은 2013년 우승, 2014년 준우승, 2015년 4강, 2016년 8강으로 매년 성적이 한 계단씩 떨어져 왔다는 것. 이 같은 내리막을 올해 4강 진출로 바꿔놓았는데 "환경도 좋고 음식도 맛있다"며 유성연수원 사랑이 단연 최고.

탕웨이싱은 32강전 때 부채 소리를 내다가 상대 대국자의 항의로 심판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는데 이번엔 부채는 전혀 볼 수 없었고, 일명 '호랑이기름'을 준비. 이마 등에 바르는 호랑이기름은 기분을 환기시켜 주는 등의 효과가 있는 모양인데 그 향이 강해서 옆에 있는 사람은 얼굴을 찌푸리기 일쑤.


▲ 탕웨이싱 9단은 32강전 때 부채 경고를 받은 사정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려 중국 바둑팬들 사이에 이슈가 되기도. 그것을 본 커제 9단이 "나도 뺐겼어"라고 댓글을 달기도.


"동갑내기의 동병상련"

이런 걸 두고 동병상련이랄까. 4강 진출이 좌절된 한국의 안성준과 중국의 퉈자시가 함께 저녁을 먹는 모습에 보는 이들의 가슴이 애잔. 몇 테이블 건너 '승자' 탕웨이싱이 혼자 식사 중이었지만 퉈자시는 어깨를 한 번 툭 쳐주고는 자리를 회피. 그 뒤에 들어온 천야오예를 비롯한 다른 중국의 '패자'들도 매한가지.


▲ 26세 동갑내기인 안성준 7단과 퉈자시 9단. 최고령으로 8강에 올랐으나 안성준은 퉁멍청 6단에게, 퉈자시는 안국현 8단에게 4강 티켓을 내주었다.


"더 있는 것은 더 괴로워"

중국의 일일자 커제와 일본의 일인자 이야마 유타는 16강에서 탈락한 후 대회 관계자에게 귀국 비행기 티켓을 바꿔 달라고 서둘러 요청. 다른 외국 탈락자들은 당초의 예정대로 귀국길에 올랐으나 커제는 8강전을 벌이는 날 아침 일찍, 이야마 유타는 같은 날 점심께 각각 혼자서 공항으로 출발.


▲ 중국은 3년 연속 3명의 선수가 4강에 올라갔다.


"아름다웠던 도전"

유성 대회에서 취재진으로부터 가장 많은 응원을 받았던 선수는 송태곤. 근년 들어선 명품 해설자로 바둑팬들과 더 친숙해진 송태곤은 오랜만의 세계무대에서 개시 30분도 더 전부터 나와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유성연수원의 큰 마당을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면서 호흡을 고르는 모습.

탕웨이싱을 맞아 유리한 형세를 이끌었으나 자신의 시간이 훨씬 많이 남은 상황에서 시간공격을 펼치다 예상치 못한 노림수에 제대로 답을 내지 못해 역전패. 마음 아픈 그를 달랜 건 그날 밤 몇몇 지인들과 연수원을 벗어나 함께 기울인 한잔의 술.


▲ 일찍이 천재소년으로 주목받았던 송태곤 9단은 17세 때인 2003년 제16회 후지쯔배 준우승, 그 밖에 응씨배를 비롯해 메이저 대회 세 차례 4강 경력을 갖고 있다.


▲ 삼성화재배가 열리는 곳은 국가대표를 비롯해 각 도장과 연구회 등의 전지훈련장이 된다. 어린 기사들이 고사리손으로 '고수'들의 바둑으로 공부하며 미래의 주인공을 향한 꿈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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