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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심배] '황제' 대결… 박정환, 이창호에 불계승

작성자:한창규, 2017-03-27 21:53 입력

▲ '바둑 황제'들의 만남. 시대를 대표하는 두 천재의 대결에서 '현재 권력' 박정환 9단(왼쪽)이 이창호 9단에게 불계승을 거뒀다.

제18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8강전
박정환, 이창호 꺾고 막차로 4강 합류

인공지능이 참가한 첫 세계대회에서 우승컵을 들고 돌아온 박정환 9단이 '입신제전' 4강에 올랐다. 박정환은 27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8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8강전에서 이창호 9단에게 불계승을 거뒀다.

맥심커피배는 9단(입신) 기사들의 대회. 근년 들어서는 70명 넘는 9단 중에서도 성적 상위 24명만을 초청해서 대회를 치르고 있다. 전 기사가 참가하지 않는 제한기전이긴 해도 타이틀이 갖는 상징성은 종합기전 못지않다.

1975년 출생의 이창호와 1993년 출생의 박정환. 맥심커피배 역사만큼 나이 차가 나는 점이 흥미롭다. 이창호는 1996년 9단에 올랐으나 2008년 10기 대회부터 출전하기 시작했고, 박정환은 2010년 9단에 오르자마자 13기 대회부터 출전해 오고 있다. 두 기사 모두 특별승단으로 9단에 오른 공통점을 갖고 있다.

▲ 이창호 9단은 "대국 중에 특별한 마인드 컨트롤은 모르겠고 자기 바둑을 둘 수 있으면 좋은데 상대가 강하면 조금은 의식하는 것 같다"고 했다.

관심을 모은 신ㆍ구 제왕의 대결이었다. 이창호는 조훈현의 뒤를 이어 이세돌이 등장하기 전까지 반상의 최고 실권자였고, 박정환은 이세돌로부터 바통을 넘겨 받아 무소불위의 톱 랭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창호의 마지막 1위는 2010년 2월랭킹이었다(현재는 37위). 박정환은 2013년 12월랭킹부터 40개월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성적에서 압도적인 '현재 권력' 박정환이 1시간 48분, 168수 만에 불계승했다. 바둑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 매우 더딘 진행을 보였다. 10분뿐인 제한시간을 진작에 소진하고 이창호는 19수째를 생각하면서, 박정환은 22수째를 생각하면서 마지막 초읽기에 들어갔다.

초반은 쌍방 큰 집의 대항. 이창호는 우하귀에서 하변 일대에, 박정환은 좌상 일대에 큰 집을 형성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구도는 박정환이 편했고, 여기서부터 형세를 주도했다.

▲ 박정환 9단은 "존경하는 이창호 사범님과 오랜만에 대결하기 때문에 기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고 했다.

국후 박정환은 "초반은 처음 두어 보는 진행이라 어려웠는데 중반에 너무 두텁게 잘 풀려서 좋다고 생각했다"며 "중앙에서도 집이 크게 났는데 그때는 집으로 가도 해볼 만한 형세여서 흑의 작전이 쉽지 않았다"는 감상을 말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더 버텼어야 했다", "너무 쉽게 다 받아주셨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이창호 역시 돌을 거두자마자 초반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나갔다. 이번 대결까지 상대전적은 박정환이 15승7패로 차이를 더 벌렸다. 2015년 이후엔 3연승이다.

▲ "최철한 사범님에게는 최근 판 맛을 보지 못해 상당히 많이 준비해야겠습니다."

박정환이 합류함으로써 4강이 확정됐다. 박정환-최철한, 김지석-윤준상의 대진이다. 상대전적에서 박정환이 10승6패로 앞서지만 최철한은 최근 2연승하는 등 박정환에게 강하게 버티고 있다. 박정환은 "오히려 어렸을 때는 승률이 더 좋았는데 요즘은 연습대국도 그렇고 판 맛을 못 봐서 상당히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지석-윤준상은 파괴력을 갖춘 힘바둑의 대결이라서 흥미를 끈다. 상대전적은 김지석이 7승5패로 앞선다. 국내 72명의 9단 기사 중 성적 상위 24강 초청전으로 치르는 제18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의 상금은 우승 5000만원, 준우승 2000만원. 제한시간은 10분, 초읽기는 40초 3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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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와 박정환은 특별승단으로 9단에 오른 공통점을 갖고 있다.

▲ 맥심커피배의 역사만큼이나 나이 차가 나는 두 기사의 우승 횟수는 이창호가 140회, 박정환이 19회.

▲ "딥젠고와의 대결은 사람과 둘 때보다 압박감이 더 심했습니다. 인공지능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 같아서 바둑이 나쁠 때 더 답답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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