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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바둑챔피언십] 박정환, 인간과도 인공지능과도 싸운다

작성자:한창규, 2017-03-14 11:30 입력

월드바둑챔피언십 21일부터 오사카서 열전
박정환ㆍ미위팅ㆍ이야마ㆍ딥젠고의 풀리그

박정환 9단에게 있어 2017년은 큰 시험대에 오르는 인상을 풍긴다. 40개월 연속 1위를 독주하고 있는 한국바둑의 톱 랭커로서 어깨가 무겁고, 기대를 품고 있는 팬들에게도 믿음을 주어야 할 것이 많다.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후에 할게요."

스스로도 성적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박정환은 최근 들어선 인터뷰도 고사한다. 세계대회에선 두 차례 우승했는데 처음은 2011년 8월의 후지쯔배이고, 그 다음은 2015년 2월의 LG배이다. 두 차례 우승도 성에 차지 않고 2년 넘도록 우승이 없다.

▲ 박정환 9단(24). 2005년 입단, 2010년 9단. 2011년 제24회 후지쯔배와 2015년 제19회 LG배 우승 등 17차례 우승. 40개월 연속 한국랭킹 1위. "한중일을 대표하는 기사들과 AI와 함께 대국하는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다. 딥젠고와의 대국이 크게 기대된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실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메이저 대회 성적표는 춘란배 16강, 백령배 8강, 삼성화재배 8강, 응씨배 준우승, 신오배 64강, LG배 4강. 못했다고 할 수 없지만 팬들은 더 잘해주길 바란다. 한국바둑을 대표하는 기사이기 때문이다.

위의 6개 대회에서 자신에게 탈락 아픔을 안긴 상대가 전부 중국기사라는 점도 더욱 괴롭게 했다. 미위팅ㆍ탕웨이싱 같은 강자도 있었지만 판윈뤄ㆍ펑취안에게도 졌다.

올 들어서도 페이스는 좋지 않다. 중국의 커제, 일본의 이야마 유타와 함께 한중일의 대표 기사가 겨룬 하세배에서 최하위에 그쳤고, 농심신라면배에선 역전 드라마를 쓰는 데 실패했다. 올해 여섯 판을 두어 3승3패를 기록 중이며, 현재 2연패 중이다.

▲ 미위팅 9단(21). 2007년 입단, 2013년 9단. 2013년 제1회 몽백합배 우승, 2017년 이민배 세계바둑신예최강전 우승. 현재 중국랭킹 2위. "가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훌륭한 기보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2017년은 인간과 싸워야 하는 한편 인공지능과도 싸워야 하는 한 해이다. 눈앞의 가장 큰 승부는 바둑사에 새 페이지로 새겨질 인공지능이 첫 참가하는 대회이다.

오는 21일부터 오사카의 일본기원 관서총본부에서 열리는 '월드바둑챔피언십'이 그 무대이다. 박정환을 비롯해 중국의 미위팅 9단,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 그리고 인공지능(AI) 바둑소프트 '딥젠고'가 출전한다.

딥젠고는 지난해 11월 조치훈 9단과의 3번기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일본의 AI바둑이다. 당시 조치훈과 호선으로 1승2패를 거둬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딥젠고의 기력은 현존 세계 최강의 AI바둑으로 꼽히는 '알파고'에는 못 미쳤지만 그 후로 온라인 세계에서 프로 고수들과 밤낮으로 하루에 수십 판의 대국을 펼치며 연마했다. 그 사이 기력은 또 늘었다. 그러다 월드바둑챔피언십 개최일을 50여일 앞두고 사라졌다.

▲ 이야마 유타 9단(28). 2002년 입단, 2009년 9단. 2016년 사상 최초로 7대기전 동시 제패. 부동의 일본 일인자. "멋진 대회에 일본 대표로 참가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기념비적인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인터넷 상에서 딥젠고와 대국을 벌였거나 관전했던 국내 프로기들의 평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한 쪽은 아직 멀었다는 반응이고, 다른 한 쪽은 이미 최정상권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는 것.

그러면서도 대국일까지 한 달 이상 남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데엔 의견을 같이한다. 그 사이 얼마나 성장할지 모른다는 것. 알파고가 그랬던 것처럼.

대회는 4자 풀리그로 순위를 가리며, 승수를 따져 동률 1위가 나오면 24일 플레이오프(우승결정전)를 벌인다. 플레이오프는 2자 동률시엔 단판승부로, 3자 동률시엔 역토너먼트로 진행한다. 역토너먼트는 추첨으로 1회전 대국자를 결정해 승자가 결승에 오른다. 또 1회전 패자와 1회전 부전자가 대결해 결승 진출자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 딥젠고(DeepZenGo). 2016년 3월 일본 최강의 컴퓨터 바둑소프트 'Zen'의 개발자 오지마 기라지와 가토 히데키를 중심으로 발족한 '딥젠고 프로젝트'에 의해 공동 개말된 바둑소프트. 도쿄대 연구실, IT기업 도왕고가 가세했고 일본기원도 협력했다.

제한시간은 3시간, 초읽기는 1분 5회, 덤은 6집반이다.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해 도중 점심 휴식은 없다. 다만 플레이오프는 1수 30초, 도중 1분 고려시간 3회를 주는 속기로 진행한다.

상금은 우승 3000만엔(약 3억원), 준우승 1000만엔, 3ㆍ4위 각 500만엔. 공식전 상대전적에서 박정환-미위팅은 4승2패, 박정환-이야마는 2승2패, 이야마-미위팅은 1승을 기록하고 있다(앞쪽 기준).

현재 인간계의 최강으로 평가받는 커제 9단과 월드바둑챔피언십 개최 발표 이후인 지난 연말연시에 프로 고수들을 상대로 60연승을 거뒀던 인공지능계의 최강 알파고가 참가하지 않는 점은 크게 아쉽지만 바둑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며 주목하는 승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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