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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배] 박정환도 신진서도 졌다

작성자:한창규, 2016-11-16 15:04 입력

▲ 박정환 9단(오른쪽)이 역대전적에서 11승2패로 압도하고 있던 저우루이양 9단에게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제21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준결승
중국의 저우루이양ㆍ당이페이에게 패

'적지'로 날아간 LG배가 주최국 한국을 외면했다. 16일 중국기원 항저우분원에서 열린 제21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준결승전에서 박정환(23) 9단과 신진서(16) 6단이 각각 중국의 저우루이양(25) 9단과 당이페이(22) 5단에게 불계패했다.

LG배의 해외 대국은 2011년 11월에 16회 대회 8강전과 4강전을 베이징 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한 이후 5년 만. 당시 한국 4명, 중국 3명, 대만 1명의 8강 구도에서 이창호와 김지석이 4강에 올랐고, 결승전은 이창호-장웨이제의 대결로 치러져 장웨이제가 우승한 바 있다.

박정환과 신진서는 각각 한국바둑의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으로 불리는 간판 기사. 박정환은 한국랭킹 1위를 36개월 연속 차지하고 있으며, 신진서는 급성장하고 있는 랭킹 3위의 신진세력. 한국바둑의 현재를 이끌고, 미래를 이끌어갈 '쌍두마차'이다.

박정환, 11승2패의 우위 살리지 못해

'형제 결승'의 기대가 컸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박정환은 역대전적에서 11승2패로 압도하고 있던 저우루이양을 맞아 초반 우세를 살리지 못하며 중반 이후 줄곧 밀리는 형세에 놓였다. 19회 대회 우승에 이은 두 번째 정상 도전도 무산됐다.

박정환은 올해 우승 없이 춘란배 16강(3월), 백령배 8강(8월), 삼성화재배 8강(10월), 응씨배 준우승(10월), 신오배 64강(11월), LG배 4강(11월) 성적을 남기며 메이저 세계대회를 마감했다.

▲ 신진서 6단(왼쪽)은 대마 사활을 착각하며 당이페이 5단에게 165수 만에 불계패했다. 당이페이에겐 올해에만 만나 2승 후 1패.

신진서, 허망한 착각으로 역전패

신진서는 적극 전법으로 리드를 잡았다. 상대의 최강수에 최강수로 맞서니 곤란한 쪽은 당이페이였다. 타협하기보다는 승부를 보자는 강경한 모습. 이 같은 좋은 흐름은 당이페이의 버팀에 좌변에서 약간 손해를 본 후 하변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면서 종국을 맞고 말았다. 수상전을 걸어오는 수를 깜빡한 것.

2012년 입단 후 첫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 진출과 우승까지 노렸던 16세 신진서의 도전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신진서는 올해 백령배 4강(8월)과 삼성화재배 16강(10월)을 남겼고, 현재 신오배에서 한국기사 중 유일하게 8강에 올라 있다. 또래의 중국기사들에 견주어 월등한 성적이다.


박정환ㆍ신진서의 탈락으로 한국의 LG배 3연패는 무산됐다. LG배는 한ㆍ중 간의 균형이 중국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는 판도에서 한국이 2연속 우승컵을 차지하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게 해주었던 기전. 19회 때엔 박정환-김지석, 20회 때엔 강동윤-박영훈이 '형제 결승'을 벌였었다.

한국 3연패 무산… 3년 만에 중ㆍ중 결승

한국은 이번 대회 본선에 12명이 나서 중국의 15명보다 적었고(통합예선 통과자 수에서 한국 5명, 중국 11명), 32강전부터 4강전까지 중국기사와의 대결에서도 9승12패로 뒤졌다. 박정환은 커제를, 신진서는 퉈자시를 꺾었지만 '인해전술'까지 가세한 중국세는 첩첩산중이었다.

▲ 랭킹으로도, 상대전적으로도 '형제 결승'의 기대가 컸으나 예상 밖의 패전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편 상대전적 열세를 극복하며 결승에 오른 저우루이양은 2013년 1회 백령배 우승자이고, 당이페이는 2012년 4회 비씨카드배에 혜성처럼 등장해서 반짝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중국랭킹은 저우루이양이 6위, 당이페이가 44위. 결승전은 내년 2월 6일부터 3번기로 치른다(장소는 미정).

LG배의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 제한시간은 3시간, 초읽기는 40초 5회다. 돌가리기에서 맞힌 쪽이 흑백 선택권을 갖는 것도 특징 중의 하나. 전기 대회까지 한국 9회, 중국 8회, 일본 2회, 대만 1회 우승했다.

▲ 박정환-저우루이양의 복기를 당이페이가 지켜보고 있다.

▲ 내년 2월 결승전을 벌이는 당이페이(왼쪽)와 저우루이양. 당이페이는 중국기원 규정에 따라 9단으로 승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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