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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백합배] 커제와의 빅뱅, "이세돌답게 두어라"
작성자:한창규, 2015-12-27 10:3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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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 결승 5번기
이세돌 vs 커제, 30일부터 '연말연시 대전'


"이세돌 사범의 자신감을 다시 한 번 무참히 꺾어놓았다."

커제가 또 한 번 '독설'을 날렸다. 지난 18일 금용성배 세계바둑단체대항전 순위결정전에서 이세돌에게 불계승을 거둔 직후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세돌의 우승 확률은 5%"라고 말한 데 이은 '도발'이다.

"커제 9단과의 결승전 승산은 50%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세돌)
"이세돌 9단이 우승할 확률은 50%가 아니라 5%이다." (커제)

몽백합배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후 이세돌의 '의례적인 모범 대답'에 커제는 '무슨 소리냐'며 발끈하듯이 중국 기자들을 향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후 삼성화재배 결승 기자회견에선 "우승 확률을 50%로 보는 것이 진심"이라고 말을 바꿨다가 삼성화재배 우승 직후엔 "다시 5%를 견지한다"고 돌변하기도 했다.

상대전적에서 2-0으로 앞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자신이 5승6패로 밀리고 있던 스웨를 꺾고 삼성화재배를 우승했기 때문이고, 또 스웨가 이세돌보다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 "결승전까지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 잘 아는 중국 기자는 이세돌의 최근 부진을 두고 중국에선 몽백합배 결승을 위해 일부러 실력을 감추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고 전한다.

맨 처음 "이세돌 승산 5%"라는 중국 매체의 내용을 보고는 반신반의했다. 인용하고 싶어도 인용할 수가 없었다. 여태껏 이처럼 당돌하게 말한 기사가 없었고, 그 말을 직접 듣지 않아서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세돌은 어떤 심경이 들었을까.

"지금의 기세나 컨디션이 좋고 자신감이 있으니까 그럴 거다.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내가) 힘도 못 써보고 패한 영향도 있다. 이러한 자신감의 표현, 어린 친구의 매력 아닐까."

후배의 호기를 감싸 주는 듯했다. 어렵사리 입을 연 이세돌은 이런 말도 덧붙였다.
"커제 9단이 일인자로 올라서기엔 아직 너무 어리지 않은가. 국적을 떠나 선배기사로서 막아야 한다고 본다."

'이세돌 인터뷰' 내용은 중국의 바둑 사이트에 번역되어 전재됐고 커제 또한 접했을 것이다. '무참히 꺾어놓았다'는 인터뷰는 그 후에 나온 것이다.

중국 취재진 앞에선 수위를 높이는 커제이다. 이에 대해 중국 기자들은 커제는 이기고 나면 조금 흥분해서 기분에 치우친 인터뷰를 곧잘 한다며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후회하는 마음도 없지 않은 것 같다고 전한다.


이세돌과 커제는 오는 30일부터 중국 장쑤성에서 제2회 Mlily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 결승전을 치른다. 5판3선승제의 결승전은 3국에서 끝나면 내년 1월 2일에, 최종 5국까지 가면 1월 5일에 우승자가 결정된다(대국일은 30일, 31일, 2일, 4일, 5일).

우승상금 180만위안(약 3억2400만원)이 걸린 이 빅매치에 바둑세계가 주목한다. 바둑팬은 물론 언론에서도 폭발적인 관심을 보낸다. 여기에 커제의 '당찬 발언'들이 끓어오르는 용광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있다. 올해 첫 한ㆍ중 결승이고 2016년 첫 우승자가 탄생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올 들어 세계대회 결승전은 커제-추쥔(1월 백령배), 박정환-김지석(2월 LG배), 구리-저우루이양(6월 춘란배), 이세돌-박정환(8월 TV아시아), 커제-스웨(12월 삼성화재배)의 구도로 치러진 데 이어(이상 앞쪽이 우승자), 내년 2월엔 박영훈-강동윤의 LG배 결승이 예정되어 있다. 전부 동일국 기사 간의 결승이다.


▲ "이세돌 9단과 대국하면 잠재력을 쏟아낼 수 있고 이기려는 욕망이 더 강해진다. 결승전 준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세돌-커제의 '연말연시 대전'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세돌은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선지 선수단 일정보다 하루 먼저 격전지로 날아간다는 소식도 들린다. 과연 '세기의 대결'에서 누가 최후에 웃게 될까.

"욕 먹기 싫습니다."

국내 프로기사 몇 명에게 승부의 전망을 물었더니 들려온 대답이다. 이세돌의 승산을 커제보다 높게 보지 않는 눈치들이었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해주는 것보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힘을 내고, 현존하는 기사 중에서 최고의 승부사이다."

유창혁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조언을 구하자 이세돌의 장점부터 늘어놓았다.

"주변에다 일생일대의 승부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독이 될 수도 있다. 한참 어린 기사와 둔다고 생각하지 말고 상대를 인정하고 자기 스타일로 두어야 한다.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선 그렇지 못해 어이없이 패했다. 계속 승부를 해내가는 과정의 하나로 임해 주길 바란다."


지나치게 각오가 높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그러면서 "제한시간도 길고 커제의 바둑을 많이 보며 여러 가지 준비하는 것 같아 잘 극복할 것이다"라며 믿음을 보냈다.

최명훈 코치도 비슷한 주문을 했다. "승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이번엔 반드시 혼내주겠다는 마음가짐보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자기 스타일로 둘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내년부터 연구생 지도사범을 맡는 박정상 프로는 "최근의 기세나 성적만을 놓고 볼 때는 이세돌 9단이 유리할 게 없다. 하지만 '플러스 알파'가 있다. 큰 승부일 때 더한 힘을 내고 위기 때마다 어김없이 일어서는 플러스 알파에 기대를 갖는다"고 말한다.


▲ 상대전적에선 올해에만 세 번을 겨뤄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사진) 두 판을 패하는 등 이세돌이 커제에게 3패를 기록 중이다.

한결같이 '이세돌답게', '이세돌 스타일대로'를 주문한다.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선 안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세돌의 최근 컨디션은 그리 좋지 않다. 바둑 내용도 예전 같지 않다.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중국 기자가 '중국에선 이세돌 9단이 몽백합배 결승을 위해 일부러 실력을 감추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산처럼 커지고 있다'고 일러주었다.

한국과 중국 바둑을 대표하는 톱 스타 간의 대결에다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고도 남을 커제의 공격적인 인터뷰. 이세돌이 우승하면 3년 만에 통산 15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리게 되며, 커제가 우승하면 5년 만에 세계 3관왕으로 탄생하게 된다.

☞ 제2회 몽백합배 64강전 대진 및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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