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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배] 박정환의 투혼이 없었다면!

작성자:한창규, 2014-02-26 19:57 입력

▲ 듬직한 박정환 9단(오른쪽)이 중국의 기대주 탄샤오 7단을 제압하고 역전 우승의 불씨를 살렸다. 입술을 깨문 모습이 결의에 가득 차 보인다.

제1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제12국
박정환, 막판 투혼으로 역전 우승 불씨 살리다

아찔했다. 하마터면 대회 최초로 3명을 남겨주고, 대회 최초로 12국 만에 우승컵을 내줄 뻔했다. 하마터면 역대 한국팀 최소 승수인 3승만을 거두는 불상사가 일어날 뻔했다.

듬직한 주장 박정환의 투혼이 이 모든 비극을 막아냈다. 박정환 9단은 26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제1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제12국에서 한국팀의 마지막 보루로 출전해 중국의 3번주자 탄샤오 7단을 제압했다.

93년생 동갑내기를 맞이한 박정환은 상대의 무리수를 추궁해 공격으로 주도권을 잡으면서 무난한 승리가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형세를 낙관한 탓인지 대마를 포획할 것도 같았던 공격이 미흡하게 그치며 오히려 역전 국면을 허용했다.

▲ "사실 던져야 할 바둑이어서 내용에 대해 할 말이 없습니다. 끝내기에서 상대가 지나치리만치 쉽게만 두는 바람에 역전이 가능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내일 대국에 임하겠습니다." 박정환은 평소 이긴 후의 엄살이 센 편이다.

끝내기에 접어들 시점의 형세를 두고 국내 검토진 사이에선 절망적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그러나 경험 적은 탄샤오로서도 완벽하지 않았다. 눈앞에 우승컵이 아른거렸는지 실수를 연발했다. 그 틈을 찔러 박정환의 눈부신 추격전이 벌어졌다. 4시간 20분간의 열전을 치른 후 계가를 마친 반상은 박정환의 1집반승이었다.

꺼져가던 불씨를 살린 박정환은 내일 오후 중국의 4번주자와 대결한다. 두 명 남겨놓은 중국은 저우루이양 9단을 먼저 내보낸다고 발표했다. 역대전적에서 박정환이 5승1패로 앞서 있는 만만한(?) 상대이다. 또한 박정환은 지난대회에서 주장을 맡아 막판 2연승으로 한국의 11번째 우승을 결정지은 바도 있다.

▲ 박정환과 탄샤오는 93년생 동갑내기. 박정환은 무난한 승리가 보인 형세에서 공격 실패로 역전을 허용했으나 막판 눈부신 스퍼트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바둑 삼국지'로 불리며 한중일의 대표 선수 5명씩 출전해 서바이벌 연승전으로 패권을 다투는 국가대항전인 농심배는 우승국에만 2억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매판 300만원의 대국료가 있고, 3연승부터는 1승당 1000만원씩의 연승상금을 획득한다. 제한시간은 1시간, 초읽기는 1분 1회. 그동안 한국 11회, 중국 2회, 일본 1회 우승했다.


■ 제1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대국일	승자	패자	결과	비고
제1국	2013. 10. 22	● 판팅위 9단(中)	○ 야오쯔텅 초단(日)	145수, 흑불계승	3연승
제2국	2013. 10. 23	● 판팅위 9단(中)	○ 최기훈 4단(韓)	226수, 흑6집반승
제3국	2013. 10. 24	○ 판팅위 9단(中)	● 안자이 6단(日)	166수, 백불계승
제4국	2013. 10. 25	○ 강동윤 9단(韓)	● 판팅위 9단(中)	294수, 백불계승	2연승
제5국	2013. 12. 02	○ 강동윤 9단(韓)	● 고노린 9단(日)	204수, 백불계승
제6국	2013. 12. 03	● 천야오예 9단(中)	○ 강동윤 9단(韓)	273수, 흑불계승	3연승
제7국	2013. 12. 04	● 천야오예 9단(中)	○ 유키 9단(日)	203수, 흑불계승
제8국	2013. 12. 05	● 천야오예 9단(中)	○ 최철한 9단(韓)	268수, 흑18집반승
제9국	2013. 12. 06	● 장쉬 9단(日)	○ 천야오예 9단(中)	241수, 흑불계승
제10국	2013. 12. 07	○ 김지석 9단(韓)	● 장쉬 9단(日)	222수, 백불계승
제11국	2014. 02. 25	● 탄샤오 7단(中)	○ 김지석 9단(韓)	235수, 흑불계승
제12국	2014. 02. 26	○ 박정환 9단(韓)	● 탄샤오 7단(中)	265수, 흑1집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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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석 9단이 김인 단장 앞에서 검토하고 있다. 김지석의 옆으로 안성준 5단, 신민준 초단, 김성룡 9단의 모습이 보인다.

▲ 중국측 검토.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 중국 국가대표팀의 위빈 감독이 탄샤오의 패인을 지적해 보이고 있다. 탄샤오의 실착이 이어지자 발끈하는 표정.

▲ 중국팀의 잔여병력인 스웨 9단(왼쪽)과 저우루이양 9단(오른쪽).

▲ "후반이 철저하지 못했다"는 탄샤오. 초속기로 유명한 탄샤오는 이기면 천재 소리를 들을지 모르지만 패하면 어김없아 경솔했다는 비난이 따라온다.

▲ 전기대회에서 막판 2연승하며 한국의 우승을 결정했던 박정환. 이번엔 3연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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