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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기] 속보/ 이세돌 1집반승… 구리에 2연승
작성자:한창규, 2014-02-23 10:3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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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국을 선취한 이세돌 9단이 1-0으로 리드한 가운데 10번기의 제2국이 중국 핑후시 선레이크호텔에서 시작됐다. 핑후는 10번기의 발원지로도 유명하다.

Mlily 몽백합 이세돌-구리 10번기 제2국 (2014. 2. 23. 저장성 핑후시 선레이크호텔)
●구리 9단(중국) vs ○이세돌 9단(한국)

10번기는 길다. 1월에 시작해서 길게는 11월까지 가는 장기 레이스다. 이기려면 6승이 필요하지만 6패를 당하지 않는 이상 지지 않으므로 기회도 많다.

하지만 보이는 것만큼 길지 않은 것 또한 10번기다. 10번기가 상징하는 비중, 10번기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 그에 따른 대국자의 중압감을 고려할 때 매판 승부판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2국이 중요하다. 1국을 이긴 쪽이 또 이기면 2승으로 달아나게 되지만 1국을 패한 쪽이 또 지면 2패로 밀린다. 10분의 2에 지나지 않지만 단순한 2패 이상의 타격을 받게 된다.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어 3국 이하가 몹시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 대국 전날엔 주최측이 만찬을 마련했다.

'세기의 대결'이라는 부제가 붙여진 이세돌-구리의 10번기, 그 제2국은 2월의 마지막 일요일인 23일 중국 저장성 핑후시에서 속개됐다. 상하이에서 남쪽으로 2시간 정도 차를 달리면 닿는 소도시이다. 대국장은 선레이크(SUNLAKE) 호텔.

핑후는 10번기의 발원지로도 이름 나 있다. 청나라 시대인 1733년 범서병과 시양하가 겨룬 '당호 10국'으로 유명하다. 핑후는 당초 10번기의 10번째 대국을 두기로 예정했던 곳. 그런데 자칫 10국까지 가지 않을 경우 역사적인 무대가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어 갑자기 예정을 변경했다(당초 2국은 상하이에서 두기로 했었다).


▲ "나를 응원하는 팬도 많이 있는 것 같아 기분이 굉장히 좋고 내일도 잘 둘 수 있을 것 같다." (이세돌)
    "2국에선 긴장을 풀어 좀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구리)

대국 하루 전에 현지에 도착한 두 대국자는 주최측에서 마련한 만찬에 참석해 간단한 소감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세돌은 "10번기 발원지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는데 경치도 좋고 마음에 든다"며 "모든 것을 10번기에 맞추고 있는데 두 번째 판까지 이긴다면 부감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다"고 말했다.

한편 구리는 "4시간 바둑은 처음 두어본 데다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1국의 패인에 대해 답을 한 후 "내일은 더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2국의 각오를 밝혔다.

만찬엔 이세돌과 구리, 그리고 후원사인 장수헝캉가구회사의 니장건 회장, 한국의 한상열 단장과 관계자 등이 참석해 니장건 회장의 개회사, 대국자의 인터뷰 등으로 간략히 진행됐다.


▲ (하세배에서 일본 기사에게 졌는데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기 위한 '사소취대'였나?) 절대 아니다. 하세배는 10번기와 달리 속기였고, 또 마음속엔 다른 대회는 배제되어 있는 듯한 느낌도 좀 있다. 그런 점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찌됐든 하세배를 졌기 때문에 (10번기를) 이겨야겠다는 마음이 더 강했졌다.(웃음)"

제2국은 23일 오전 9시(한국시각 10시, 이하 한국시각), 돌을 바꿔 구리의 흑으로 출발했다. 한게임바둑은 대국 시작과 함께 수순 중계를 보내드리고 있으며, 국면이 무르익을 오후 4시부터는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를 맡고 있는 박승철 7단이 생중계 해설자로 나선다.

10전6선승제로 치르는 10번기는 승자에게만 500만위안(약 8억7000만원)을 수여하며 패자는 여비조로 20만위안(약 3500만원)만 받는다. 만일 5승5패가 될 시엔 상금을 반분한다. 대국의 제한시간은 4시간, 초읽기는 1분 5회.



▲ 니장건 회장은 "(이세돌 9단이) 머리카락을 짧게 깎아서 못 알아봤다"고 농담을 건넸다.


▲ 니장건 회장이 취재진에 섞여 대국 모습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고 있다. 바둑을 지독하게 좋아하는 38세의 젊은 회장은 매사 허물없다. [사진=김성룡 9단]


▲ 호텔 16층에 자리한 이세돌의 스위트룸에서 바라본 동호.

12:00(32수) - 제한시간 4시간은 길다. 일본에선 아직도 이틀걸이 8시간짜리 기전이 3개나 되고, 그중 얼마 전의 기성전 도전기에선 첫날 8시간 동안 30수만을 두기도 했지만 요즘 기사들에게 4시간 바둑은 익숙지 않다.

제2국 역시 신중한 흐름이다. 이세돌이 우하에 곧바로 걸쳐간 수에 구리가 15분 이상 장고하는 등 2시간 동안 32수만이 두어졌다. 속기파 구리일지라도 스코어까지 뒤져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 2시간 동안 32수가 두어진 반상.

13:00(50수) - 구리의 포석은 강하다. 반면 이세돌의 포석은 자신의 여러 장점 중에서 가장 취약한 부문으로 꼽힌다. 개시 3시간 동안 놓여진 수는 50수. 국면은 흑을 쥔 구리가 약간 활발해 보인다는 의견이 나온다.

바둑TV에서 해설하고 있는 유창혁 9단과 박정상 9단은 이세돌의 우하귀 처리가 탐탁지 않다고 지적한다. 백이 얻은 것보다 흑이 하변을 도모한 게 더 많다는 것. 하지만 차이는 터럭만큼 미미하다. 좌상에서도 침입한 흑이 공격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 구리는 흑번을 좋아하고 이세돌은 백번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각자의 입맛에 맞는 2국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 지난 21일 구리가 용성전 시상식 후 검토실에서 이 포석의 다음수에 대해 리저에게 물은 바 있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신민준이 상변 두칸 벌리는 수를 제시했다. 구리가 최근 연구 중인 포석일까. 10번기에서 이세돌은 4수째에 A로 걸쳐 이 진행을 회피했다.

14:00(53수) - 이세돌은 실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에 비해 구리는 자신의 기풍대로 두터움으로 맞서며 후일을 도모하고 있다. 쌍방 평소의 모습대로다.

하변 흑진으로 침입한 후 안에서 충분히 살 수 있지만 단순히 살려고 하지 않는다. 구리에게 어려운 숙제를 내주는 느낌이다. 최대한 성가시게 괴롭히고 있다. 불리한 형세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일까. 이 판의 운명은 아무래도 다소 엷은 이세돌의 돌을 구리가 공격하고, 그 공격을 맞아 이세돌이 타개하는 가운데서 승부가 갈릴 것 같다.


▲ 이세돌은 "서로가 어려운 복잡한 국면이 될 때 자신 있다"는 말을 한다. 유창혁 해설자는 "좋은 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백은 흑A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 이런 장면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수를 찾아내는 사람이 이세돌? 구리의 끼움수(9)가 떨어졌다. 14시 30분, 65수째다.

15:00(82수) - 이세돌은 좀처럼 돌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 하변에서 크게 살았고 좌변에서도 이득을 보며 사는 수를 구했다. 장기인 타개가 실효를 얻고 있다. 반면 구리로선 끼우는 수에 큰 기대를 걸고 하변에서 쉽게 처리해 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역전 흐름이다.


▲하변과 좌변에서 백의 처리가 잘됐다. 중앙에서 흑집이 몇 집 나느냐의 승부다.


▲ 류스전 상하이기원 부원장과 화쉐밍 중국 국가대표 총감독이 검토를 주도하고 있다.

16:00(97수) - 초반보다 빠른 진행을 보이던 국면이 갑자기 멈춰 버린 듯 고요하다. 형세가 좋지 않은 구리도 쉬이 착점을 못하고 있고, 형세를 반전시킨 이세돌도 우세를 다질 찬스라고 보고 신중을 기하고 있다. 확실히 현재의 형세는 이세돌이 주도하고 있다.


▲ 최대한 우변을 키우는 구리다. 그 사이 백은 두터워지고 있다.

16:45(134수) - 패로써 중앙의 대마를 타개하려던 이세돌. 패를 걸어간 후 거듭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팻감에 착오가 생겼기 때문일까. 실전에선 물러났고, 결국 손해를 입었다. 한게임바둑의 박승철 해설자는 "손해를 보더라도 팻감을 달리 썼어야 했다"고 말한다. 바둑TV 박정상 해설자 역시 "패를 걸어간 작전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 이세돌은 중앙 빵따냄을 허용한 대신에 우변을 약간 돌파했으나 이 거래는 백이 손해다.

17:20(143수) - 리드하고 있던 형세에서 중앙 접전엔 아쉬움이 남는다. 패를 걸어갔지만 상대를 두텁게 해주고 말았다. 하지만 이세돌의 착점엔 동요가 보이지 않는다. 미세한 끝내기 승부로 가고 있다. "흐름상으로는 역전당했을 것 같은데, 미세하면 구리보다 이세돌"이라는 박승철 해설자.


▲ 미세하다. 참고로 두 기사는 과거 7번의 계가 승부에서 이세돌이 6승, 구리가 1승을 거뒀다. 이세돌 6승 중엔 반집승이 4번 있다.


▲ 저장성의 항저우엔 서호가 있고 핑후엔 동호가 있다.

18:00(162수) - 약간 불리한 국면에 놓여 있는 이세돌이 버티면서 이득을 구하고 있다. 중앙에서 다투고 있는 패가 중요한 승부처. 양보하는 쪽은 손해를 보게 된다. 그 순간 구리가 돌연 흥미로운 변화를 들고 나왔다. 금새 이해하기 힘든 수순이다.


▲ 중앙의 패싸움 도중 구리가 변화를 꾀했는데,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토 기사들의 중평이다.

18:40(221수) - 흔히 말하는 눈 터지는 계가바둑이다. 수많은 변화를 거치고서도 반집승부로 가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중국룰에 따라 덤은 7집반이다. 과연 누가 이길까.


▲ 발 디딜 틈이 없는 공개해설장의 모습. 현지시각 4시부터 CCTV가 창하오-화쉐밍의 해설로 생방송하고 있다.

19:10(287수끝) - 미세한 승부는 결국 이세돌이 1집반을 이겼다. 끝내기에서 구리의 손해가 누적되기도 했지만 이세돌의 처리가 정확했다. 2연승으로 출발한 이세돌은 다음 달 23일 중국 청두로 날아가 3국째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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