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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축제 한마당으로 승화되는 유럽의 바둑대회
작성자:한창규, 2017-02-25 15:1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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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봐도 유럽의 바둑대회는 축제 분위기다. 승부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지만 다채로운 부대행사와 함께 즐기며 축제 한마당으로 승화된다. 아래는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열린 제22회 유럽학생바둑대회와 제1회 엘리컵 국제바둑대회에 관해 그르노블바둑협회 관계자가 작성한 글을 한게임바둑에 보내온 것이다.

유럽학생바둑대회ㆍ엘리컵 국제바둑대회 개최
유소년 바둑 중심지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성료


제22회 유럽학생바둑대회(The 22nd European Youth Go Championships)가 프랑스 그르노블 공과 1대학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2월 18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 러시아, 독일, 영국 등 유럽 18개국의 각국 대표 선수 220명과 150명의 학부모 및 협회 임원이 참가해 유럽 유소년바둑대회 최대 규모로 열렸다.

19~20일 같은 장소에서 치른 제1회 엘리컵 국제바둑대회(The 1st Ellie Cup)에도 8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프로기사인 일본의 하야시 조 6단과 루마니아의 타라누 카타린 5단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지도했으며 유럽바둑협회 소속 프로기사인 일리야 쉭신 초단(러시아)과 마테우스 수르마 초단(폴란드)은 대회에 참가해 기량을 뽐냈다.


이 대회는 프랑스에서 수년째 바둑 보급 중인 황인성 아마6단이 유럽바둑계를 위해 후원을 자청했다. 대회명 '엘리컵'은 지난해 8월 태어난 딸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황인성 아마6단은 폐회식에서 "유럽에서의 지난 10년간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유럽바둑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뜻이 맞는 분들과 함께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현재 온라인에서 150명 이상의 유럽과 미국 바둑인을 지도 중이며 그르노블 소재 여러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며 유소년 바둑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 왼쪽부터 황인성 아마6단, 딸 엘리, 부인 이세미 씨.

인구 15만명의 작은 도시인 그르노블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정상에는 눈으로 덮여 있어 아직 가시지 않은 겨울을 실감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대회 개최를 반기기라도 하듯 매일 맑고 따뜻했다.

처음으로 참가한 현지 어린이들의 눈은 앞으로 벌어질 대회에 대한 가득찬 기대로 빛나고 있었다. 곧 대회가 시작됐고 침묵과 진지함이 흥분을 억눌렀다.


대학교 내 대형 강의실에서 12세 이하 그룹 92명의 소년과 소녀들이 대국에 집중하며 오랫동안 정숙을 유지하는 것이 믿기 어려웠다. 16세 이하 그룹 75명, 20세 이하 그룹 52명의 학생들에게서도 역시 팽팽한 승부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12세 이하 그룹 어린이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1시간의 제한시간이 익숙치 않았는지 시간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보였다. 많은 참가자들이 한 판의 대국을 30분 내로 끝냈다.


속기로 대국을 마친 어린이들을 위해 주최측은 13줄바둑 친선대회를 마련했다. 어린 친구들의 취향을 고려해 제한시간은 초읽기 없이 10분 타임아웃. 한 판이라도 더 두고 싶어 안달이 난 친구들에게 이 방식은 적중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타국 학생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됐고 이들은 앞으로 벌어질 바둑대회에서도 선의의 경쟁을 이어갈 것이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150명가량이 참가해 여러 판이 진행된 13줄바둑 대회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 선풍적 인기를 끈 만화 '고스트바둑왕'의 저자 홋타 유미 씨가 초빙되어 어린이들과 대국하고 강연의 시간을 가졌다.

대회 분위기는 바둑을 소재로 한 만화 '고스트바둑왕'의 저자인 홋타 유미 씨가 어린이들과 바둑을 두기 위해 대회장을 방문했을 때 최고조에 달했다.

주최측은 대회의 격을 높이기 위해 홋타 유미 씨를 초청해 참가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젊은 바둑인들에게 바둑을 배운 동기를 물어보면 대다수가 이 만화를 꼽을 정도로 유럽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


일요일에는 인접한 체육관에서 부대행사가 펼쳐졌다. 이름하여 암벽등반 단체전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그르노블에서 암벽등반은 매우 보편적이다.

산에 위치한 돌과 바둑돌이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것에 착안해 이번 이벤트가 탄생했다. 유럽에서 바둑을 오랫동안 보급해 명성이 높은 하야시 6단이 어린이들을 애정어린 눈길로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각부 최강자들의 대국실 근처에는 엘리컵 참가자들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었고 어린 학생들은 대회 중에도 짬을 내 자신보다 고수인 어른들의 대국을 관전하러 왔다. 최강자들의 바둑은 인터넷 서버에서 생중계됐고 대회장 내 마련된 강의실에서 황인성 아마6단의 해설로도 진행되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대회 기간 중 우리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카메라를 통해 두어지는 수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생중계되는 대국을 파일로 자동 저장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일요일 오후 6시에는 유미 홋타 씨가 다시 한 번 대국장을 방문해 팬들을 위한 강연을 했다. '고스트바둑왕'을 프로기사들과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흥미진진했던 강연은 참석자들에게 많은 호기심을 자아냈고 이어진 질의응답으로 마쳤다.

시상식 전 참가자들은 '깜짝 선물'을 받았는데 바둑의 신비에 관한 내용을 다룰 다큐멘터리 'Surrounding Game' 트레일러 시연회가 있었다. 이윽고 유럽학생바둑대회보다 하루 먼저 끝난 엘리컵 시상식이 진행됐다. 그르노블에 온 지 채 열흘이 안 된 오치민 아마6단이 4전 전승으로 오픈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일리야 초단과 마테우스 초단이 3승1패의 성적으로 각각 유럽챔피언십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다.


▲ 맨 왼쪽이 유럽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러시아의 일리야 쉭신 초단, 세 번째가 오픈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오치민 아마6단.

대회 마지막날인 월요일은 대다수의 엘리컵 참가자들이 빠져나가 다소 한산했다. 정오에 대회장 입구에서 단체사진 촬영이 있었다.

마지막 6라운드가 끝나며 입상자들이 모두 가려졌고 그르노블 시청의 배려로 청사에서 시상식이 거행됐다. 대회장으로부터 시청까지 약 1.5km의 거리를 수백명의 학생, 학부모 및 대회 관계자가 이동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 수백명의 참가자들이 시상식 장소인 시청 강당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시청 대강당이 이렇게 사람들로 가득찼던 적은 없었다. 시, 도청, 유럽바둑협회, 프랑스바둑협회, 그르노블바둑협회 관계자의 인사말 후에 유럽바둑협회 부회장이자 유소년바둑 발전에 오랫동안 힘을 쏟아온 자나 히리코바 씨의 사회로 유럽학생바둑대회의 시상식이 진행됐다.

국가별 시상식에선 러시아가 우승, 뒤이어 독일, 헝가리가 각각 준우승과 3위를 차지했다. 각부 수상자는 시상식 참석자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트로피 및 상장을 받았다. 다음은 입상자 명단이다(우승~3위 순).


ㆍ12세 이하 : 이반 클로치킨(4급ㆍ러시아), 스테판 아드리안 로타리타(5급ㆍ루마니아), 폴리나 크루셀닛샤(8급ㆍ우크라이나)
ㆍ16세 이하 : 오스카 바스케즈(3단ㆍ스페인), 발레리 크루셀닛스키(4단ㆍ우크라이나), 킴 샤코브(4단ㆍ러시아)

오스카 군은 스페인에 대회 사상 첫 우승을 가져다 주었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동유럽 국가의 강자들 속에서 그들을 당당히 물리치고 16세 이하 부문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ㆍ20세 이하 : 브야체슬라브 카즈민(5단ㆍ러시아), 그리고리 피오닌(6단ㆍ러시아), 안톤 체르니크(5단ㆍ러시아)

카즈민 군은 지난해 16세 이하 부문에서 우승한 후 상위 그룹인 20세 이하 부문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르노블바둑협회는 시내 주요 쇼핑몰인 'La Caserne de Bonne'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부대행사를 개최했다. 2월 18일부터 25일까지 비바둑인에게 바둑입문 강좌를 무료로 실시하는데 21일 현재 150명이 바둑을 배우고 갔다. 또한 같은 장소에 위치한 갤러리에서는 '바둑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전시회가 열려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 전시회의 작품들.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게 도와준 조세 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대회 운영진을 조직해 대부분의 행사를 주도적으로 기획한 일등공신이다. 중학교 교사인 그는 열렬한 바둑팬이고 바둑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르노블에 위치한 다수의 학교에 바둑을 보급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 고마운 존재이다.

본 대회가 더욱 뜻깊은 행사로 자리잡은 데엔 60명이 넘는 그르노블바둑협회 회원, 학부모 및 타지역 바둑협회 관계자들이 대회 전후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많은 스폰서에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들이 아니었으면 이러한 성공적인 개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글 : 도미니크 코뉴졸스, 사진 : 올리비에 듀락, 번역 : 오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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